2008년 12월 05일
종이 씹는 남자 (2)
종이 씹는 남자 (1)
날씨는 여름치고 추웠다. 인디안 섬머의 기온 하락버전이 이 나라에 존재하는것도 아닐텐데, 여름답지 않게 추웠다. 어차피 가스탄들이 피부에 닿는것을 방지해보려고 긴팔 재킷을 걸치고 나와서 날씨는 크게 문제가 되는것은 아니었다. 대로의 시끄러움과 달리 적막이 가득 채운 동네의 골목길은 위화감으로 덧칠되어 있었고, 후배는 내 손을 놓치 않은채 나를 이끌고 있었다. 종이만 무의식적으로 씹을뿐, 생각하기에는 두뇌가 너무 몽롱한 나머지 나는 그저 그 손이 나를 이끄는대로 따라갔다. 마치 죽은 사람이 천사의 손에 잡혀 천국으로 인도되는 기분이었다. 어디에선가 도착이라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때는 시야가 많이 흐릿했다. 눈에 들러붙은 눈곱의 탓인가 싶어서 눈을 오른손으로 비볐더니 그나마 조금 나았다. 조금 또렷해진 시력으로 보이는건 베이지색으로 도배가 되어있는 천장이었다. 천장이 보인다는건, 내가 누워있다는 뜻이겠지 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입속에 있던 씹던 종이가 걱정이 됬다. 몇년전 그냥 자다가 종이가 목에 걸려서 한동안 괴로워했기때문에 잔뜩 긴장하면서 혀를 굴렸다. 종이가 없었다. 더 심각하게 불안해지려던 찰나, 아랫입술과 잇몸 사이에 이물질이 껴있는걸 느끼고 재빠르게 혀를 가져다 대었다. 딱딱한게, 종이는 아니었다. 혀를 굴려서 빼내어, 고개를 돌리고 손바닥위에 뱉어내자, 조그마한 돌조각이었다. 억지기침으로 목에 자극을 줘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때, 배게 옆에서 뒹구는 종이가 보였다. 아스팔트와 넘어졌을때도 이 각도였다. 아스팔트에 넘어진 일이 데자뷰로 느껴질정도로 각도가 비슷해서, 좀 소름이 끼쳤다. 약간 삐걱거리는 몸으로 열심히 양팔을 쓰다듬을때, 방문이 열리더니 후배가 들어왔다.
"정신을 차렸네요."
"어... 내가 얼마나 누워있던거야?"
"두시간쯤? 그렇게 오래 누워있던건 아니에요."
기절한 사람이 일어나면 묻는 질문 첫번째를 마치고 나는 기절한 사람이 일어나면 묻는 질문 두번째와 세번째를 물었다.
"여긴 어디고 또 나는 누구지?"
"여긴 저희집이고, 저 먼저 알아봐 놓고서 기억상실인척 개그하면 재미없거든요."
아, 들켰다. 장단좀 맞춰주지. 라고 생각하면서 실없이 웃었다. 평소에는 이런상황이 닥치면 뒷머리를 긁거나 혀를 내미는 버릇이 있지만 지금은 이상할정도로 체력이 없었다. 후배는 그 미소에 앞으로 이런 재미없는 개그하면 쫓아낼거에요 라고, 매정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냥 이 집에서 개그는 시도도 하지 말아야지. 썰렁한 개그 한번 한거 가지고 구박한 후배에게 속으로 매정하다드니, 환자를 배려하지 않는다더니 하면서 투덜거리던 나는 후배가 갑자기 째려보자 생각을 확 멈췄다.
"...왜 갑자기 째려보고 그러냐?"
"지금 속으로 투덜거렸죠? 썰렁개그 좀 이해해주면 덧냐나면서."
"아니. 내가 뭣하러 그런짓을 하겠냐. 안그래도 머리가 아픈데."
"근데 왜 입은 댓발이나 튀어나왔어요?"
예리하기도 하셔라. 2차전에서도 패배한 나는 그냥 아무말도 없이 눈을 감았다. 웃어도 역효과, 화내면 베드엔딩. 이럴때는 환자답게 잠이나 자는게 가장 좋은 일이다. 양 한마리, 양 두마리, 양 세마리......
"선배, 자요? 자요? 자냐니까? 대답이 없는걸 보니 진짜 자나보네."
선배가 자는걸 확인하고 방에서 나왔다. 방하나와 주방을 겸한 거실이 있는 조그마한 집. 평소에는 구불거리는 골목길을 한참 들어와야하는 지리적 상황에 욕만 했지만, 이런 위기상황에서는 오히려 그런 지리적 불편함이 고마웠다. 전경과 사복경찰들의 주의가 다른곳에 돌려진 틈을 타서 빠져나온것이니, 그들이 여기까지 쫓아올 수는 없을거라고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때는 시야가 많이 흐릿했다. 눈에 들러붙은 눈곱의 탓인가 싶어서 눈을 오른손으로 비볐더니 그나마 조금 나았다. 조금 또렷해진 시력으로 보이는건 베이지색으로 도배가 되어있는 천장이었다. 천장이 보인다는건, 내가 누워있다는 뜻이겠지 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입속에 있던 씹던 종이가 걱정이 됬다. 몇년전 그냥 자다가 종이가 목에 걸려서 한동안 괴로워했기때문에 잔뜩 긴장하면서 혀를 굴렸다. 종이가 없었다. 더 심각하게 불안해지려던 찰나, 아랫입술과 잇몸 사이에 이물질이 껴있는걸 느끼고 재빠르게 혀를 가져다 대었다. 딱딱한게, 종이는 아니었다. 혀를 굴려서 빼내어, 고개를 돌리고 손바닥위에 뱉어내자, 조그마한 돌조각이었다. 억지기침으로 목에 자극을 줘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때, 배게 옆에서 뒹구는 종이가 보였다. 아스팔트와 넘어졌을때도 이 각도였다. 아스팔트에 넘어진 일이 데자뷰로 느껴질정도로 각도가 비슷해서, 좀 소름이 끼쳤다. 약간 삐걱거리는 몸으로 열심히 양팔을 쓰다듬을때, 방문이 열리더니 후배가 들어왔다.
"정신을 차렸네요."
"어... 내가 얼마나 누워있던거야?"
"두시간쯤? 그렇게 오래 누워있던건 아니에요."
기절한 사람이 일어나면 묻는 질문 첫번째를 마치고 나는 기절한 사람이 일어나면 묻는 질문 두번째와 세번째를 물었다.
"여긴 어디고 또 나는 누구지?"
"여긴 저희집이고, 저 먼저 알아봐 놓고서 기억상실인척 개그하면 재미없거든요."
아, 들켰다. 장단좀 맞춰주지. 라고 생각하면서 실없이 웃었다. 평소에는 이런상황이 닥치면 뒷머리를 긁거나 혀를 내미는 버릇이 있지만 지금은 이상할정도로 체력이 없었다. 후배는 그 미소에 앞으로 이런 재미없는 개그하면 쫓아낼거에요 라고, 매정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냥 이 집에서 개그는 시도도 하지 말아야지. 썰렁한 개그 한번 한거 가지고 구박한 후배에게 속으로 매정하다드니, 환자를 배려하지 않는다더니 하면서 투덜거리던 나는 후배가 갑자기 째려보자 생각을 확 멈췄다.
"...왜 갑자기 째려보고 그러냐?"
"지금 속으로 투덜거렸죠? 썰렁개그 좀 이해해주면 덧냐나면서."
"아니. 내가 뭣하러 그런짓을 하겠냐. 안그래도 머리가 아픈데."
"근데 왜 입은 댓발이나 튀어나왔어요?"
예리하기도 하셔라. 2차전에서도 패배한 나는 그냥 아무말도 없이 눈을 감았다. 웃어도 역효과, 화내면 베드엔딩. 이럴때는 환자답게 잠이나 자는게 가장 좋은 일이다. 양 한마리, 양 두마리, 양 세마리......
"선배, 자요? 자요? 자냐니까? 대답이 없는걸 보니 진짜 자나보네."
선배가 자는걸 확인하고 방에서 나왔다. 방하나와 주방을 겸한 거실이 있는 조그마한 집. 평소에는 구불거리는 골목길을 한참 들어와야하는 지리적 상황에 욕만 했지만, 이런 위기상황에서는 오히려 그런 지리적 불편함이 고마웠다. 전경과 사복경찰들의 주의가 다른곳에 돌려진 틈을 타서 빠져나온것이니, 그들이 여기까지 쫓아올 수는 없을거라고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식의 시위는 처음이었지..."
방금전에 빠져나온 시위현장을 떠올리자 몸이 으슬으슬한 한기를 느꼈다. 지금 데리고 온 윤호선배가 가끔 시위현장이 얼마나 지랄맞은지 이야기 해주기는 했지만, 자기자신을 어느정도 공산주의자라고 부르는 선배의 말에는 언제나 과장이 섞여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최루탄이나 가스탄 투척은 몇십년은 된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자신이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겨누고 투척되는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멍청하게 바라보다가, 도로에 쓰러진 선배를 바라보자 그제서야 자신이 그 장소에 간 이유를 알아내고 간신히 선배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텔레비전에서 방송해주는 시위는 그저 평화롭게 피켓을 들고 소리를 지르는것 뿐이었지만, 그것조차 엄청나게 강력한 시위라고 생각하고 있던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침대는 환자에게 넘겼기때문에, 방바닥에 드러누워서 잠을 청했다. 좀 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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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안써지는군요(...)
# by | 2008/12/05 09:27 | 글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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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었다가 자는것으로 한편을 끝내시다니 ! 삼편주세요 잉잉 ;ㅁ;
올해 봄에 옷장 속에 대충 쑤셔넣어둔 겨울옷을 요즘 다시 꺼내서 입으려고 했을 때,그 주머니에 들어있는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본 기분이로군요.
3편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