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사랑하던 시절: 사랑에 대한 이야기.

당신에게는 신을 사랑하던 시절이 있습니까 라고 질문하면 많은 종교인들은 먼저 나에게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말해주곤 한다. 신을 사랑하던 시절이 아니라 신을 사랑한 시절이라고 해야한다고 말하면서, 그들은 나에게 자신들이 신을 사랑하는 시절은 처음부터, 영원까지라고 말한다.

신을 사랑하냐는 단순한 질문이 내 귀에 들어온것은 한참 전에 일이었다. 교회에 다니게 되면서 가장 자주 듣는말중에 하나는 예수 사랑해요라는 찬송가의 가사였기때문에, 자연스럽게 많이 들을수 밖에 없었다. 그 당시의 나는 그 찬양을 따라부르고 있었지만, 그 뜻이 무엇인지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때는 내가 말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것들이 날 옭아매거나, 주변에게 나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는것은 알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돌아오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렇게 물으신다면, 그쪽은 신을 사랑하시던 시절이 있습니까.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왜냐면 상대방이 신이라는것이기 이전에, 그 이후에 나온 사랑이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에서 정립된적이 단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사랑에 대해서 감정적이 아닌 이성적으로 파고들어간 모든 것들은 사랑이란 몇가지로 나뉘어져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아가페와 에로스같은 것인데, 아가페적인 사랑은 부모가 자식에게 쏟는 부류의 사랑이고, 에로스의 경우는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간이 쏟아내는 사랑의 감정이라고 배웠다. 사랑은 가장 위대한 명제라는 이야기를 듣던 나에게 이런 부류는 언제나 혼란스러웠다. 왜 그렇게 위대한 명제를 갈래갈래 쪼개는거지 라는 물음이 뒤따라오곤 했기때문에.

하지만 이런 의문을 품었다고 해도, 내가 그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심하거나 연구해본적은 거의 없다고 하는것이 가장 옳을것이다. 아가페적인 사랑을 하려면 나는 부모가 되거나 혹은 내 보호가 절실한 상대방이 필요할테지만, 나는 오히려 아가페적인것들을 받는 존재이고, 내가 누군가를 보호해줄만큼 성장했다는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에로스는? 에로스적인 사랑이라면 당연히 내가 애인을 만든다는 전제가 성립되어야 하지만, 사실 매일같이 여자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불러도 실제로는 그다지 사귀고 싶은 생각이라는것이 별로 없다. 물론, 상대방이 나를 원한다면 몰라도, 어떤것의 영향인지는 나조차 전혀 알 수가 없지만, 나에게는 전역전까지 누군가를 사귄다는것을 깊게 생각해본적이 없다. 이것에 대해서 굳이 따지자면, 나는 이별을 두려워 하는것인지도 모른다. 이별이라는것은 언제나 가슴이 아픈법이고, 그 누구도 그런것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비물리학적인 가슴은 존재하는것인지도 희미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가슴의 존재를 믿는다. 그리고 나도 믿고 있다. 모든 사람들은 그것을 소중히 하기에, 그 가슴에 가장 아픔 상처를 입힐수 있는 이별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도 마찬가지다. 특히, 나는 약간 두려워하는면도 있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던 사람이라면, 나는 그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것에 항상 불안해 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한 신에 대한 사랑은 대체 어떤 종류의 것일까 라고 생각하면 복잡해져왔다. 자신을 지키는 존재에게 인간이 품는 대부분의 감정은 동경 혹은 존경이라는 단어로 표현되어야 마땅하지만, 그들은 굳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선택하여 말한다. 우리는 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은요? 나는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 세상에는 내가 대답할 수 없는 수억가지의 질문이 있지만, 결코 대답하지 못할 질문중 하나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정도로 이 질문은 어렵다. 무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에 버금갈 정도로 말이다.

내게는 신을 사랑하던 시절을 알기전에 그 사랑은 어찌 분류되어야 하는지 직접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학문적으로 이미 용어가 나와있을지도 모르지만, 위에 쓴것들과는 다르게 그 학문적 용어로 이것들이 결코 정의 될 수 없음을 나는 깨닫고 있다. 아마 어려울것이다. 거기에다가 내 스스로 무신론자 혹은 이신론자를 자처하고 있는 이 상황이라면 나느 결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신을 향한 사랑에 대해서 깨닫지 못할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신을 사랑한다. 그들은 신을 사랑한다고 거리낌 없이 말하고 허공에 대고 외친다. 자신들의 공책에 끄적이고, 자동차 번호판에 갈끔한 글씨체로 I love God이라고 써둔다. 그들은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향해서 그렇게 자신있게 외칠 수 있다는것은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게는 신을 사랑하던 시절이 있었는가.

by 은혈의륜 | 2008/11/27 10:06 |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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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월광토끼 at 2008/11/27 10:49
신앙과 사랑은 별도의 문제 아니던가요?

그나저나 혹시 2학년 한국인 중에 이재원이라는 선배를 아시는지.
Commented by 은혈의륜 at 2008/11/28 02:16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전 그냥 신앙쪽에서 쓰는 사랑이라는 단어에서 글을 시작하고 끝맺은것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몰라요.
Commented by 로리링 at 2008/11/27 13:05
나는 내가 사랑하는 오란에 대해서 자신있게 사랑한다고 외칠 수 있으니 복받은건가.ㅋㅋ
Commented by 은혈의륜 at 2008/11/28 02:16
응, 아마도. 적어도 나보단 나은 사람이라는 의미.
Commented by phice at 2008/11/29 23:30
아테나 누님도 안 사랑하세요? -_-;
Commented by 은혈의륜 at 2008/11/30 02:22
그쪽에 대한것은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것과는 조금 다른 개념,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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