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벼라, 오늘의 나는 이길자신이 있거든. - 토론수업

여기 와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저희 학교의 문과쪽 커리큘럼은 대부분 일주일에 Two Lecture+One Discussion section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중에 토론섹션은 조교에 의해서 진행이 되는데요, 진짜 토론을 지도하라고 말하는 교수님도 있고,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그주에 배운것중 이해가 덜가는걸 의논하는 쪽을 선호하는 교수님도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Ealry Modern Europe, World Political Economy와 International Relations에 토론이 배정되어 있는데, 유럽사는 조교가 뭔가를 지도해주는 경우이고, 정치경제학은 삼삼오오 모여서 그주의 강의를 복습하거나 서로에게 물어봐서 답을 구합니다. 외교학은, 전투를 벌입니다. 진짜 편 두개 가르고 그냥 한시간을 냅다 토론에 부어버리죠.

외교학이니 만큼 국제적 이슈를 가지고 토론을 합니다. 이란의 핵문제라던지, 이라크 전쟁과 같은 주제를 주로 다루는데 저같은 경우는 영어로 한시간가까이 토론하는건 좀 체력이 부담이라(...) 적당하게 조는게 낙입니다. 사실 이 낙이 몇주전에 깨졌는데, 그때의 주제가 이라크 전쟁이었죠. 반전쪽에 훨씬 가까운 제가 전쟁 옹호쪽에 배정되는 바람에 저는 그날도 졸면서 경청하고 있는데 황당하게도, 밀릴거라는 생각조차 안드는 반전쪽 그룹이 전쟁옹호 그룹에 말그대로 캐발살이 나고 있었습니다. 듣다듣다 못참고 사회를 보는 조교에게 "저 반전쪽으로 투항하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뭔 깡인지 몰라도 그뒤로 30분간 전쟁옹호그룹과 일대다수로 키배를 떳습니다(....) 어찌저찌 이기긴 했는데 그 후로는 저랑 같은조가 된 아이들이 괜히 기대를 품어서, 그 다음주에 그 환상을 한마디도 안함으로써 손수 깨주고, 저는 다시 꾸벅꾸벅 졸았습죠. 그러다가 허점이 보이면 카운터어택이나 한대 먹이고 말았습니다. 그 컨셉이 입도 안아프고 편하더군요.

사설이 길었습니다. 이제 본편으로 들어갑니다. 이번 금요일에 있던 토론의 주제는 국제적으로 인권에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는냐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서의 인권이란 UN인권헌장을 말합니다. 저는 상황에따라 다르게 적용해야한다는 쪽이었고, 저번주와 같이 브레인스토밍에서 한마디도 안하고, 물통에 담은 물이나 들이키면서 저는 토론이나 열심히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측 대표가 발표를 했는데, 간단하게 말하면 UN인권헌장이나, 현재 이야기되는 인권의 적용은 너무 서양색이 강하기 때문에, 이 기준을 범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적용하는건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죠. 그러니까 저쪽에 있던 백인 너드(nerd)하나가 손을 들더니 UN인권헌장같은 경우 Western Idea보다는 Modernization Theroy에 기초를 두고 만들어 졌기 때문에 우리측 주장이 틀렸다는 이야기 였습니다. 이게 제 귀에 거슬렸습니다(....)

저놈의 선진화 이론은 쉽게 말하면, 말그대로 신자유주의화/전세계의 서양화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들먹이면서 서양과는 관계가 없다고 하니까 어이가 없죠. 그래서 손을 들었습니다. 우리측에서 손든사람이 하필 저뿐이라(....) 바로 차례가 왔습니다.

"You saying that UN declaration of Human Rights are not western idea cause it's based on Modernization theory?"
"UN인권헌장이 선진화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으니까 서양틱한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말했냐능?"

"Yes."
"ㅇㅇ"

"Then, You are Wrong. In both economic and political field, modernization theory is criticize by many scholar that this theory is totally based on neo-liberalism and development process proved by only western civilization, not global civilization. As you know, neo-liberalism is created by western scholar. so, this prove that UN declaration is totally western idea that never care about situation in East."
"그럼 넌 틀린겅미.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선진화 이론이 학자들한테 신자유주의랑 서양에서만 증명된 발전 방법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개까이는 이론임 ㅇㅇ.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신자유주의는 서양 학자들이 만들어낸 이론이고. 이게 UN헌장이 서양의 상황만을 생각한 헌장이라는걸 증명하지않음?"

일단 저 말로 상대를 버로우 태웠습니다. 그다음에 저는 다시 물이나 마시면서 한가하게 토론은 지켜보는데 아까 버로우탄 백인녀석이 손을 들더니 저를 향해 무려 삿대질(....)을 하면서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아아 그얼굴, 자기가 이겼다고 확신하는 그 얼굴.

"Modernization theory is not from west, it's from east, think about compass from china."
"선진화 이론은 동양에서 시작된거야. 중국의 나침반을 보라고."

토론때 웃으면 안되는건 아는데, 중국 나침반 이야기가 나오니까, 도저히 웃음을 참을수가 없어서 삼분간 쉬지도 못하고 끅끅거렸습니다. 간신히 웃음을 참고서 말했습니다.

"We call that development or invention."
"그건 발전이나 발명이라고 하는거다."

그다음에 다시 웃었습니다(....) 토론이 끝날때까지 혼자서 끅끅거려서, 우리측 애들이 미친놈 보듯 보기는 했는데, 얼굴표정과 매치를 시키니까 너무 웃겨서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서, 그냥 계속 웃었습니다.

이 토론은 시간이 모잘라서, 어느쪽이 우세하게 끝난다는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쪽에서 가장 믿고있던 백인너드를 제가 보내는 바람에 그 다음부터는 시시하게 흘러가다가 흐지부지하게 끝났습니다. 교실을 나가는데, 그놈이 절 째려보더군요. 얼굴 보니까 곧 흑화해도 납득할거 같은 얼굴이어뜸.

가끔 이런 일이 있어서, 대학이 그래도 다닐만합니다. 물론 이런일이 자주 일어나는건 아니고, 저도 이제 완전히 카운터 어태커 컨셉 굳힌것 같습니다. 다음 토론시간에도 저는 그냥 졸다고 혹은 성의없이 듣고 있다가 허점 발견하면 그거 파고드는 짓을 할겁니다. 입도 안아프고, 오래하면 뽀록나는 영어실력도 그나마 감추고, 제대로 먹히면 우리측 애들에게 환호까지 받는(...) 이런 간지나는 컨셉을 마다하면 그건 사람이 아니죠? 안그래요?

참고로 위의 영어는 제가 기억을 되살려서 적은 주제에 귀찮아서 의역(.....)

P.S - 이 이야기를 먼저 들어준 면갤러 유모씨의 소감을 빌리자면 "저 백인은 뇌가 없냐."

P.S 2 - 저 백인이 너드라는건, 강의를 듣는 모든 학생이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제 개인 판단이 아니에염. 별명은 Brown Nut.

by 은혈의륜 | 2008/10/18 09:55 | 잡담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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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igmund at 2008/10/18 10:43
간지나네염...ㄷㄷㄷ
Commented by 친한척 at 2008/10/18 13:52
Modernization <theroy> is not from west, it's from east, think about compass from china.

헐 좀 대단한듯요 (....)
Commented by 연우 at 2008/10/18 14:24
그녀석은 정말 nerd로군요;
륜님 갑자기 위대해 보이는건 왜죠?;;;
Commented by phice at 2008/10/18 14:25
역시 웹이던 강의실이던 개똥철학은 있는검까 (너드군)
Commented by 미모제패 at 2008/10/19 07:31
오오 멋지십니다! 저의 전략은 막 어택들어오면 아 그래?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아닌가봐 라면 동정심 유발.. 상대방을 미안하게 만드는 전략이예요. 별로 몇마디 안해도 되서여 ㅋㅋㅋ
Commented by 쿠레나이 at 2008/10/19 12:06
오오 륜님을 숭배하라
Commented by 은혈의륜 at 2008/10/19 21:56
Sigmund/ 하지만 내 본모습을 아는 지그형에게는 다 개소리로 보일것 가틈(....)

친한척/ 오타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런일은 자주 없어요.

연우/ 전 클래스에게 인정받은 그야말로 NERD! 제가 위대해 보인건 착각입니다 ㅇㅇ

phice/ 그런것 같은데, 제발 꺼내지 말아줬으면 한다능(....)

미모제패/ 저는 토론 시작하면 누가 이겨야 속이 편합니다, 사실 주로 일대다수쪽이 익숙해요, 단지 귀찮아서 카운터 어태커로 컨셉을 잡았다 뿐이지.

쿠레나이/ 그럴 시간에 아테나 누님 숭배하십쇼 'ㅅ'
Commented by 한단인 at 2008/10/22 00:22
음..한참 뒤에 뒷북치는 거지만..

그 백인(?) 농담한거 아니었냐능..? (먼산)

ps. 그러고보니 간혹 들락거렸는데 링크신고를 인제 한다능..
Commented by 은혈의륜 at 2008/12/15 17:46
저도 이제서야 이 댓글을 봤다능(.....) 근 이개월만인듯여(.....)

참고로 그 백인 얼굴은 매우 진지하게 "나의 승리다!" 라는 표정이어뜸 'ㅅ'
Commented by 한단인 at 2008/12/15 19:30
헑... 두달 전에 쓴 댓글을 어떻게 확인하셨냐능.. ㅎㄷㄷ
Commented by 은혈의륜 at 2008/12/15 21:51
어쩌다가 우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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