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 팬픽] 아쿠아가 오렌지빛으로 빛나던 날 - 2

    그 다음날의 날씨도 괜찮은 편이었다. 어제보다 약간 덥기는 했지만 날씨는 여전히 쾌적하다고 묘사할 수 있는 정도였고, 카인은 아침에 일어나면서 그 날씨에 꽤 기뻐했다. 어제 만난 아테나라는 아가씨가 비가 와서 약속을 지키기 못하게 되면 풀이 죽어버리지나 않을까 염려를 해서인지, 그는 평소보다 좀더 날씨에 대해 민감해져 있었다. 모처럼에 햇빛이 난 날씨가 아니기 때문에 오늘 아침은 아주머니들의 분주한 소란이 들리지 않았고 남자는 따스한 아침 햇빛에 의해 완전히 정신을 차린채로 화장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 시간이 10시고, 그쪽이 12시에 온다고 했으니까 아직 시간은 충분하구만. 지금부터 준비하고 한블록 너머에 있는 수로
     나 구경하다가 와야겠다."

    오늘은 평소처럼 혼자 떠돌아다니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같이 다니는 만큼 여러모로 신경을 써서 준비를 해야했다. 어제 저녁을 극구 사양한 다른 이유인 후줄근하고 초대에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은 오늘같은 날에는 커다란 결례를 범하는 일임은 회사에서 근무하며 여러 사업적 초대에 응했던 카인에게는 상식이나 다름이 없었다. 옷장 속에서 조금 구겨진채 처박혀있던 흰색의 와이셔츠를 꺼내 깔끔하게 다린후에 소매를 팔꿈치부근까지 접어 올리고, 거기에 튀는 장식이나 징이 박히지 않은 검은색의 청바지를 입고 검정구두를 신었다. 카인은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이 아니니 타이는 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시계를 오른 손목에 차고 거울을 한번 들여다 보면서 마지막으로 모습을 정리한 카인은 밖으로 나갔다. 30분 정도 바깥에서 돌아다니다보면 옷은 훨씬 자연스럽게 어울릴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평소라면 프리마 운디네, 미즈나시 아카리의 예약손님으로 분주해야 할 아리아 컴퍼니의 아침은 조용했다. 영업을 쉬는날이 아닌것처럼, 손님을 맞이하는 셔터는 끝까지 올려져서 햇살을 담아모으고 있었고, 하얀색과 검정색의 곤돌라 두대는 물 위에서 가볍게 떠있었다. 다만 한가지 다른점은 귀여운 글씨로 휴업이라는 두 글자가 써진 팻말이 손님을 맞이할때 쓰는 카운터에 가만히 놓여져 있다는것이었다. 약간의 지글거리는 소리만 들리는 정적이 계속 되더니, 곧 하나의 목소리가 그 정적을 가로질렀다.

    "아이야. 아침 먹으렴."
    "네에-"

    곧 약간의 청록색을 띈 검은 머리를 한 소녀가 구두와 나무 계단이 부딫히는 소리를 내면서 주방 옆에 있는 식당으로 내려왔다. 소녀는 커다란 흰색의 고양이가 앉은 옆자리에 앉았다. 일분정도 기다리자 분홍색의 긴 옆머리를 뒷머리와 함께 묶어 포니테일처럼 한 여자가 흰색과 파란색이 섞인 접시 두개를 들고 식당으로 들어왔다. 여자는 접시를 아이와 자신이 앉을 아이와 마주보는 자리의 앞에 두고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미리 놓여져있던 고양이의 접시까지, 세개의 접시에는 간단해 보이는 오믈렛과 프렌치 토스트 두조각이 가지런히 올려져있었다. 오믈렛은 깔끔한 개나리색을 띈채 모락모락 먹기좋은 김을 올리고 있었고, 프렌치 토스트 역시 갈색으로 보기 좋게 구워져있었다. 두명은 잘 먹겠습니다. 라고 외친뒤에 약간은 늦어보이는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깜빡하고 안 물어봤는데, 어제 어디갔다가 평소보다 늦게 들어온거니?"
    
    여자는 이제서야 생각났다는 얼굴로 아이에게 물었다. 어제 저녁에는 네오베네치아의 야경을 감상하고 싶다는 손님들까지 있었던터라, 아이가 돌아오자마자 다시 안내를 하러 나갔고, 피곤함에 지친 저녁에는 아이가 해준 저녁을 먹고서는 샤워를 하고 바로 잠이 들었기때문에 물어볼 시간이 전혀 나지 않았었던것이다. 아이는 입에 포크를 문채 일분정도 가만히 있다가 대답했다.

    "어제 길잃은 사람을 하나 만나서 집을 찾아주느라고요. 맨홈에서 온지 일주일밖에 안되서 집을 도저히 찾을수가 없다길래,   
     같이 집을 찾아주는데 한시간이나 걸려버렸지 뭐에요."
    "맨홈에서 왔으면, 나랑 아이랑 같은데서 온거로구나? 그나저나 집을 찾아주다니 참 좋은일을 했네. 그나저나 오늘은 뭐 할
     생각 이니? 오늘은 아리아 컴퍼니의 정기 휴일이라 할일은 아무것도 없는데."
    "음, 다른 회사는 휴일이 아니니까 그냥 아리아 사장님하고 산책이라도 할려구요."
    "그렇다면 오늘은 나랑 나갈래? 며칠전에 안내하다가 맛집을 하나 발견했거든."
    "좋아요, 아카리 언니. 지금 나갈꺼에요? 아니면 조금 있다가 나갈까요?"
    "나도 준비를 해야지. 준비하고 조금 쉬었다가 나갈테니까 시원하게 차려 입어둬. 오늘은 덥다고 그러더라."
    "네, 아카리 언니."


    카인에게는 매우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오면서 표지가 될만한 것들을 외워두고, 자신이 몇 블록을 지나서 어느 방향으로 꺾었는지를 상세히 기억하고 메모했다. 이런 피나는 노력끝에 카인은 자신의 집까지 단 하나의 오른쪽 커브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시간은 11시로, 집에서 산책중 살짝 난 땀을 식히고 아테나의 집으로 가기 좋은 시간대였다. 

    "자 여기서 오른쪽이다! 이러면 집으로 가는거지 으하하. 역시 사람은 메모를 해야한다는 말은 뻥이 아니었어. 이렇게 도움이
     될줄이야. 푸하하하하"

    카인은 꼼꼼한 메모와 기억으로 집까지 단번에 찾아온 자기 자신에게 매우 만족했다. 이런식으로 지리를 익혀나가면 곧 어린아이들처럼 집주소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 귀찮은 일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것이 뻔했다. 카인은 오늘 아테나에게 안내를 받는 도중에 꼭 네오 베네치아의 전도를 사서 지리를 익히겠다고 다짐했다. 기왕 여기에서 장기간 체류하기로 했으면 부근의 지리는 빨리 익힐수록 좋으니까. 카인이 힘찬 발걸음으로 오른쪽으로 꺾었을때 그는 자신의 시계를 다시 봐야했다. 아테나가 자신의 집이 있는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던것이다. 화들짝 놀란 카인은 냅다 뛰어, 순식간에 아테나의 앞에 도달했다.

    "어, 카인씨? 밖에 계시네요? 밖에서 기다려주신거에요?"
    "헉...헉...아니...그게...아니라..."
    "저기-, 숨좀 고르고 이야기 하셔도 괜찮아요-"
    
    카인은 몇분간 숨을 고르고 아테나가 건내준 물통에서 물을 몇모금 마신뒤에야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을수 있었다.

    "만나기로 한건 12시인데, 아테나씨가 벌써 오시는 바람에 깜짝 놀라서 뛰어온겁니다."
    "에... 11시 아니었나요?"
    "12시였는데요..."

    아테나는 매우 당황하기 시작했다. 뭔가를 들고있던 양손중 오른손을 빼내더니 얼굴을 가릴정도로 올렸다가 다시 내렸다가 하질 않나, 제자리에서 종종걸음을 했고, 심지어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얼굴전체가 미안함이라는 감정으로 도배된채 고개를 푹 수그렸다. 양손에 들었던 것은 바닥에 내려놓은채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끼리 비비고있는 아테나의 모습이 귀여웠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무슨일이 생길것만 같은 위화감에 카인은 급히 진화를 하기 시작했다.

    "뭐 하지만 괜찮습니다. 제가 원래 집에서 한번 나갔다가 들어가면 완전히 땀이 식기전까지는 집에서 안나가려고 하는데 12시
     까지 땀이 식는다는 보장도 없고, 이미 옷도 다 입은 상태라서...아니 그러니까 저는 무지하게 괜찮으니까 괜히 부담 가지지
     마시고...아니 그러니까 이건 아테나씨 잘못이 아니라니까요. 저기 아테나씨? 아테나씨?"

    카인은 횡설수설 하면서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해서 애를 썼다. 하지만 평소에 누군가를 달래주거나 할만한 일이 주변에 없어서 그 작업은 매우 서투르게 진행이 되었고, 점차 괴상한 이야기를 하면서 요상한 표정을 짓는 단계까지 와버렸다. 팔을 여기저기 휘두르면서 땀을 뻘뻘 흘리는 카인을 멍하니 지켜보던 아테나는 다시금 활발한 얼굴로 돌아가 카인을 향해서 웃었다. 카인은 한숨을 쉬면서 재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지각은 더이상 화제가 되어서는 안되는 녀석이었다.

    "그 바구니 뭐에요?"
    "이거요?"

    아테나는 되물으면서 바구니를 가슴높이까지 들어올렸다. 직사각형의 네모난 몸체와 반원통의 뚜껑을 가진 골풀로 짜여진것 처럼 보이는 바구니였다. 아테나는 가볍게 웃은후 바구니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오늘 먹을 점심하고 디저트요. 시간이 시간이니까, 준비해봤어요."
    "아, 그냥 제가 사면 되는데 뭘 그런걸 다 만드시고..."
    "전 휴가라서 한가하거든요. 일하던때 버릇이 조금 나온것도 있고, 휴가라도 직업병같은건 쉽게 안 없어지는것 같아요."
    "그건 동의합니다. 전 아직도 두꺼운 종이에 숫자가 잔뜩 나열되있으면 계산기를 찾아 두리번거리거든요."
    "곤돌라는 친구의 후배에게 이미 빌렸으니 가볼까요? 제 정식 곤돌라가 아니라서 좀 초라하긴 하지만, 주인이 오래 쓰면서 
     길을 잘 들여놔서 나름 안락할거예요."
    "제가 그런거 따질 처지는 못되지요."
    "그럼 따라오세요. 저기 수로까지 걸어가야 하거든요."

    카인은 먼저 걸어가는 아테나를 뒤따라가면서 바구니는 자신이 들겠다고 했지만 아테나는 그다지 멀지않다면서 자신이 들겠다고 했다. 결국 카인은 빈손으로 바구니를 양손에 든채 걸어가는 아테나를 따라갈수 밖에 없었다. 강한 햇빛과 시원한 바람이 부는, 관광이나 산책을 하기에는 딱 좋은 날씨였다. 아테나의 말대로 조금 걸어가자 카인이 산책때 본 보통의 곤돌라보다 긴, 검은색의 곤돌라가 광택을 내며 다소곳히 정박해 있는게 눈에 띄었다. 아테나는 바구니를 먼저 곤돌라 안에 내려두고 탄뒤에 카인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자, 손을 이리 주세요. 카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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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기서 끝내려고 했는데 은근히 길어진듯(...)

아무리 전개를 길게 늘인다고 해도 다음편이 마지막이 될것 같습니다.

by 은혈의륜 | 2008/08/30 10:31 |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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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쿠레나이 at 2008/09/02 00:05
음, 저와는 글 솜씨가 아테나 씨와 음치의 노래실력 차이만큼 더 잘쓰시는군요 으헣헣..
Commented by 은혈의륜 at 2008/09/02 01:15
쿠레나이/ 에이 그럴리가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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