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보고 삶을 이야기하다.

    노트북을 들고 나오니 창밖에서는 빗줄기가 창가를 때리기 시작했다. 빗소리는 점점 커져서 단지 몇분만에 강렬한 비로 변했다. 나는 만족하며 그 모습을 하염없이 처다보고는 컴퓨터를 열고 블로그를 켰다. New Post 버튼을 클릭하고는 몇줄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주 예전에 말한적이 있지만 나는 비를 참 좋아한다. 그것은 비가 슬프기 때문이고, 나에게 묘한 기분을 선사해주며 또한 그 비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소리과 내음이 나를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평소에 맑은 날씨에 나가면 느끼지 못하고 맡지 못하던 여러가지의 냄새들은 비가 오면 상냥하게 나에게 다가와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젖은 아스팔트의 냄새, 빗속에 묻혀서 사라질듯 계속되는 새의 노랫소리, 그 자그마한 빗방울들이 만들어주는 아름답고도 슬프게 들리는 교향곡. 

    나에게 비는 어떤것일까. 나는 어릴적부터 비를 참 좋아했다. 물론 어릴적에는 모든지 좋아하는 법이고, 비와 같이 신기해보이는 현상에는 꺄꺄거리면서 좋아하는게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나는 그 모든것들중에서도 비를 참 사랑했다. 비가 오면 나가놀지는 못해도 넓은 창으로 된 문이 있던 베란다에 앉아서 한참동안 바깥을 쳐다보았고 감기에 걸린다는 이유로 어머니에 의해서 방으로 옮겨져도 밖을 볼 수 있는 창문에 달라붙어서 바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시간은 언제나 조금씩 느리게 흘러가는 존재이고 그 시간에 의해서 나는 나이를 먹었다. 중학생이 됬을때부터 나는 극심한 외로움에서 살았다. 그나마 쌓아온 친구들과의 오랜 관계는 전학으로 쉽게 깨어져나갔고, 그리고 서울로 온 나는 그때보다 더한 외로움에 시달릳게 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비를 자주 맞았다. 비는 내 외로움을 상징하는 그 무언가가 되어갔고, 나는 비를 한층 더 사랑하게 되었을뿐이다.

그 사랑은 로맨스소설에서 나오는 연애감정같은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나는 계속 비를 맞았다. 그리고는 미국에 왔다. 


    미국으로 오는것은 내가 원하던 탈출은 아니었다. 여전히 삶은 고단하고 나는 내가 가진 사람들의 관계가 허위임을 의심했으며, 실제로 괴로워했다. 조그마한 일에 반응하면서 속에 품어담았고, 그 결과 나는 예전과는 다르게 점점 차갑게 눈을 굴리면서 계산하고 또 계산하면서 사람들을 사귀어 나갔다. 갈구하던 편안함 삶은 없었다. 

    나는 여전히 사람들과의 관계를 의심한다. 나는 그것에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사람들이 겉으로는 미소를 짓지만 사실 나를 비웃고 있다고 생각하고, 내 생각을 꺼내보이면 싸이코같은 생각일 뿐이라고 일소할것을 두려워하여, 나는 단지 제출하는 에세이에 조금씩 내 생각을 담아나갔다. 약하게, 거의 느껴지지 않게 표현된 내 삐뚤어진 감정과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사상은 선생들을 만족시켰다. 선생들은 내 에세이가 신선하다고 했고, 읽는것을 즐거워 해주었다. 내가 쓴 시에서는 가끔 몇개의 시에서 나타나는 잔혹할정도의 자전적 이야기만 제외하면 대회에 나가도 손색이 없을정도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그런 소리도 입에 발린 소리일뿐이라고 생각했지만 듣기에는 괴롭지 않았다. 나는 미친듯이 쓰고, 또 썼으며, 마침내 선생님들 사이에서 신선하지만 약간은 위험한 에시이를 쓰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에 더불어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에세이를 쓰는데 어느정도 재능이 있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았다. 물론,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나는 나에게 도움을 청하고는 냉정해지는 사람들을 만났고,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의심을 필수적으로 사용하게되었다. 부모님관계에서도 나는 부모님들이 내리는 나에 대한 진단만큼은 믿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 쓰레기라고 생각했고, 어둡고 음험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신선하게만 느껴지는 생각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비를 맞는것을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2년이 지났다. 나는 12학년이 되었고, 겉으로는 사람들에게 어느정도는 친절히 대했지만 그 관계에 관한 의심의 칼날은 언제나 그 목덜미에 에리하게 겨누어져 있었다. 1학기에는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혼자 사용하는 방에서 나가지 않았다. 에세이를 쓰고,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중 극히 일부만을 내 방에 들여놓았다. 나는 스스로를 차단했다. 침대에 누워서 나는 기괴하게 웃었다. 변덕스러워졌고, 음험해졌다. 공부는 적당히했고, 예전처럼 많이 하지는 않았다. 어찌보면 나는 조금씩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건지도 몰랐다. 

    비는 여전히 맞지 않았다. 비가 오는것을 보는것을 여전히 좋아했지만 나는 나가지는 않았다. 단지 생수통을 쥐곤 그 안에 담긴 생수를 마시면서 비를 바라보았을뿐이다. 물론 열리지 못하게 만들어진 빌어처먹을 방충망을 욕하면서. 

    얼어죽어도 이상할게 없는 날들이었다. 정신은 내가 스스로 창조한 추위에 얼어가고 있었고 나는 생각을 발전시키는것을 그만두었다. 무서웠기 때문에. 그 이상 발전시켜서 언젠가는 도달한 끝을 보는것이 두려웠기때문에. 

    친한 선생은 나를 꽤 믿어주는 편이었다. 나에게 몇가지 일을 의뢰하거나 부탁했고 나는 대부분을 들어주었다. 딱 그 한사람에 관해서는 나는 의심의 칼날을 무디게 했다. 그 칼날은 현재까지 예리해지는 일은 없었다. 매우 다행스럽게도. 

    다시 언젠가부터 비를 맞기 시작했다. 여전히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소수의 인간만을 진정으로 대할뿐 나머지에게는 적대감을 보이거나 적당한 쓰레기를 상대하듯 대하고 있다. 그들도 그이상은 바라지 않았고, 그 이상을 원하는 사람들은 내게 그 감정을 먼저 표출해주었을뿐이다. 난 그중에서 적당히 선별해내어 대처했다. 

    이런 삶의 어떠한 단면이 이런 결과를 불러왔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사람들을 꽤 많이 알고지낸다. 학교의 11학년 이상중 절반은 내가 그쪽을 몰라도 그쪽은 나를 아는경우가 흔하다. 그리고 나는 별다른 대응은 하지않는다. 그저 인사를 하면 받아주고 잡담을 시작하면 나도 실없는 소리를 할뿐이다. 웃으면 웃고, 슬픈일을 겪으면 적당히 위로해준다. 깊은 인간관계는 거의 없다. 나는 이런 상황에 만족한다. 연애를 하는 주변에서는 여친이나 만들라고 농담을 하고 나는 엷게 웃으면서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사람이야 있지만 내외적으로는 없기때문에 그런말을 하지만 그들은 그 속은 모른다. 그저 아는 여자도 많으면서 헛소리하지 말라고 할뿐이다. 

    나는 내 미래를 모르겠다. 적당한 대학을 가다가 욕심이 나면 좀더 좋은곳으로 편입을 하겠지. 지금까지 윤곽이나마 잡을수 있는것은 그뿐이다. 그리고 지금 읽고있는 철학책의 에필로그를 마치는 순간 생각을 다시 시작할지도 모른다. 좀더 다른 관점을 가지고 발전시킬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비오는 구름끼는 날이 좋고, 적당한 어두움을 사랑한다. 비올때의 시원함이 좋고, 그 비들이 만들어내는 모든것을 사랑한다. 지금 비가 그쳤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언젠가 이세상이 사라질테지만 내가 사는 날중에는 그런날이 없기를, 최소한 내가 진심으로 대해준 그 사람들이 그 아름답고 편안한 눈을 감는날이 오기전까지는 그러지를 말기를. 내가 지금 듣고 있는 Lemon Tree의 가사처럼 어제는 파란 하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오늘은 내가 왜 그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해하는 그런 실없는 날들이 나에게 오기를. 그리고 이 글을 보면서, 이 블로그를 보면서 가만히 미소짓고는 내가 한마디 내뱉기를 바란다.

"이때도 나름은 즐겁게 살아남은것 같아. 물론 지금보다야 덜하지만 말이야."

 - 필요 written by 연우

by 은혈의륜 | 2008/04/21 09:02 |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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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olts at 2008/04/21 09:36
술 좀 그만 마시세요;
Commented by 이넨시아 at 2008/04/21 20:52
인간관계라는 건 생각처럼 되지 않으니까요...명확하게 하려면 혹은 친밀하게 하려면 이런저런 고생이 따라다니는 거 같아요...그렇다고 하더라도 즐겁게 사셔요^^
Commented by 은혈의륜 at 2008/04/22 04:22
Cotls/ 이게 술먹고 주사부리는 글로 보이냐 'ㅅ' 난 알코올 입에 안댐.

이넨시아/ 노력은 하는데 즐겁게 사는게 힘들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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