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27일
나는 왜 조용한가.
대략 작년 11월이나 12월부터 이 블로그에 들리신적이 있거나 혹은 꾸준히 들려주시는 모든 방문자분들은 알다시피 나는 이번 새 정부와 그 수장에 대해서 꽤나 반발심이 강한 입장이다. 그들을 옹호하는 메세지에도 참지못하고 현실에서조차 버럭거리다가 싸움내는 인간이니 말은 다 했다.
그런데 왜 요즘 조용할까.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딱히 하나만 뇌에서 끄집어 내서 말해도 될만큼 스스로 만족스러운 대답은 없지만 주섬주섬 풀어두면 몇가지 정도는 된다.
그 위치가 바뀌었고, 한계를 넘어가면 흔히 나타나는 무기력증에, 현실적으로 상당히 피곤하다는 것이다.
그 위치가 바뀌었다는 뜻은 이제 이명박은 뒤에 당선자가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호칭 붙이고 다니니 내가 더이상 깔만한 인간이 아니라서 설설 기어다니기로 결정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 가정은 내가 우리나라 가수들의 뻔한 사랑노래 듣는것만큼 확률이 희박하다. 그 위치가 바뀌었다는 뜻은, 저 도당들이 이제 실행에 들어갈만한 위치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는 누구를 까던지간에 그 실행에 들어갈만한 단계에서 비판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비판이라는것은 물론 어딘가에 짬을 두고 쉬었다가 계속 가겠습니다. 라고 밝힐만한 성질의 운동이 아니기야 하지만.
저 도당들이 실행에 들어가면 다시 추레한 손가락을 움직여서 그 잘나고 들은것 없는 머리에서 손에 잡히는것 아무거나 내어놓고 골라서 무기로 사용하겠지만, 지금은 일단 그들의 모든 발언은 계획이니까. 계획단계에서는 조금이나마 가만히 지켜보고 그 계획이 지금보다 조금 더 많이 수면위로 드러났을때, 그때가 내가 약하게나마 행동하는것도 충분하다는 생각아래 움직이기 때문이다.
한계를 넘어가면 나타나는 무기력증, 현재의 내 상태가 이 묘사에 가장 근접하다. 2월로 넘어오면서, 세계의 나라들중 교육의 자가 성취도가 인간의 미래에 최소나마 반영되는 모든 나라의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절차중 하나인 대학 입시라는것에서 내가 지휘하고 참가할 수 있는 모든 과정을 끝내면서 내 근성은 거의 완전 소멸의 단계에 다다르다 못해 무기력하다. 내 근성은 현재 아무곳에서도 발휘되지 못하는 성질의 것이다. 즉 지금 나는 꼴에 한것도 없이 재 충전을 하고 있습니다. 라고 지껄이는 중인데 설득력이 모자라도 믿어달라. 그리고 저 근성이 발휘될 필요없이 나를 중독시켜줄 무언가를 갈구하며 이리저리 배회중이니까.
내 두뇌도 지금은 숙제를 할때만 발휘시킬뿐 거의 무계획적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컴퓨터로 따지만 그냥 아무거나 랜덤으로 찍어서 그 프로그램이 뭐든지 간에 군말없이 돌리는 짓과 비슷할것이다. 1학기에 이런 단계로 돌입할것이라 예측하고 2학기의 시간표를 최대한 숙제가 안나오거나 혹은 내가 자신있어서 공부가 딱히 필요없는 클래스로 구성시켜 놨지만 내 예상은 무참히 부서져서 유일한 AP statistics(통계) 숙제마저도 귀찮다면서 학교가기 직전에나 휘리릭 푸는 경우가 허다하다.
집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이 요즘처럼 잘 생각나는 때도 없다. 유학 생활 3년만에 찾아오는 슬럼프라고 표현해야 하는지 뭔지는 모르지만 육체적으로 겨우 버텨나가는 중이다. 오늘도 지병인 두통 발작(요즘 유난히 잦다)으로 학교를 쉬었다. 시험이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라서 한국 학생들이 자주 하는 짓거리중 하나인 시험 피하기를 한다는 누명따위는 안 써서 다행이지만 최근에는 너무 자주 나타나서 걱정이다. 학교가 끝날때쯤이면 항상 온몸에 힘이 없어서 기숙사까지 비틀거리면서 돌아가는길이 잦은데다가 최근에 영국문학시간에 나온 숙제가.
Night that captured.
If it was frail and breakable crescent.
It would be enough to solace my scar.
However, grievous and sadly, you aren’t
crescent nor full moon, distorted lunar.
The Sunday night it captured by darkness.
That skirt comes down as mason’s hammer.
Only some effeminately light clock noise
In my lonely and dead silence little chamber.
Close my glazed eye with sign of sorrower.
I lay down in my bed calmingly.
My bed spread creak sound like old wooden floor.
Moonlight never illumines my room again.
Because, I’m piteous, bless me, my lord.
To who beyond redemption at this end.
이걸 다시 쓰라는 거다. Shakespearean Sonnet. 모든 영어 시 형식중에서도 내가 가장 증오하는 형식.
각 줄에는 열개의 음절로 구성되어야 하고 각 줄의 마지막의 발음은 ABAB CDCD EFEF GG의 형식으로 같은 소리를 내야한다. 반드시 14줄이어야 하고. 열개의 음절은 열개의 단어도 아니고 한단어에 음절이 서너개인것도 있기에 직접 사전 두드리가면서 음절 수 계산하면서 단어를 골아햐 하고 단어끼리 이어지는 때에 얼마나 부드럽게 이어지는지도 체크해야 된다. 폐어나 고대 및 중세 영어의 사용도 안되고, 아주 사람을 잡는다 참고로 위에 시는 11학년때 닷새에 걸쳐서 다듬고 단어를 고르는 작업을 하면서 제출한 작품이다. 점수야 A+ 나오면서 만족이야 했지만 선생에게 두번다시 이 형식은 안 쓴다고 못을 박았는데, 이 선생은 그걸 까먹었다. (선생이 같다.) 물론, 이 시덕에 그 선생의 신뢰라던지, 칭찬이라던지, 혹은 영어 선생들 사이에서 이유없이 내 이름이 알려진 게기가 되었지만(아무리 봐도 잘 쓴시는 아니라서 아직도 영 이유를 모른다.), 저걸 다시 써오라고 하는데, 하여튼 생각만으로 죽을맛이다. 참고로 저 시의 기초가 되는 시는 한글로 썼는데 그것에만 삼일을 투자했다. 게다가 저기에 있는 단어중 몇개는 지금 뜻이 생각이 안난다.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_ 여하튼 지금 내 상황이 복합적으로 엿같다는게 결론이다. 그래서 결국 요새 이 블로그에는 뻘글이 전부지 않은가. 솔직히 누가 내 꿈이야기를 듣고 싶겠냐구_- 그것도 저런 괴악한 스토리의.
정신하고 육체 전부 제대로 추스르려면 시간좀 걸릴것 같다. 아버지로부터 워해머 궤도폭격마냥 다이렉트로 떨어진 책 번역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 역시 그냥 Reaper Man하는게 무난해 보인다.
지금 글 다 쓰고 보니까 내가 이 글 쓰는 목적이 뭔지 까먹었다.
바깥에 비온다.
# by | 2008/02/27 07:16 | 근황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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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저 소넷. 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일주일이 걸릴 것 같습ㄴ...ㄷㄷㄷ;;;
바깥이 우중중한 것이 여기도 곧 비가 올 것 같습니다. 비가 그친 뒤에 날이 맑아져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비온 후 모든 흐릿함이 가라앉은 청명함을 느낄 수 있으면 좋을텐요.^^
운다인시언/ 전 셰익스피어라기보다는 영국문학 배우면서 그냥 소넷만 다루느라 더 짜증납니다..